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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하는 데이트

K와 나는 일주일에 하루,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가진다. 다른날의 데이트는 주로 그가 내게 와서 함께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 데려다 주는 3시간 정도의 짧은 데이트.

그래서 우리는 그 하루를 손꼽아 기다리는데, 그날 뭐할지를 내도록 얘기하며 수없이 많은 계획을 세워둔다.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보자고.
하지만 대개 그날은 아무것도 안하는 날.
시외로 전시나 경기를 보러 갈때도 있지만 우리는 대부분 서로 꼭 안고 누워 핸드폰 화면으로 짧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밥을 배달 시켜 먹고 후식을 사러 잠깐 나가 짧은 산책을 하는 따위의 일로 하루를 종일 소비한다.

그 날은 오로지 사랑만 하는 날이라서 서로 예뻐하고 사랑을 말하고 너를 얼마나 어떻게 좋아하는지종알종알 이야기하며 하루종일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동구 밖 과수원길-로 시작하는 동요 가사중에 '얼굴 마주보며 방긋' 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K와 단둘이 있으면 하얀 아카시아꽃이 잔뜩 핀 언덕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가사처럼 그가 볼우물을 폭 패이며 웃으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주 웃게 되는 것이다.

바보같은 고민이나 걱정이 다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그가 활짝 웃어주는 한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덧글

  • 2018/10/10 21:32 # 삭제 답글

    방긋 아니고 생긋이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 메르세드 2018/10/11 02:03 #

    동요를 들은지가 한참 되어서 가사를 틀렸군요! K는 늘 방긋 웃어서 무심결에 그렇게 썼나봐요ㅎㅎ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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