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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라는 말

육성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이토록 많이 하는 연애는 처음이다. 너무 자주 하면 말이 가벼워질까봐, 진심을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봐 주저했었는데 K와는 다르다.
별다른 일이없으면 항상 하는 자기전 통화의 마지막은 반드시 사랑해 라는 말.
신기하게도 그 말의 의미는 전혀 퇴색되지도, 가벼워 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
그리고 듣고 꺼낼때마다 늘 새롭게 설레인다. 사랑해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늘 그렇듯 찰랑이는 사랑의 마음으로 하는 사랑해가 있고 목끝까지 마음이 벅차서 토해내는 사랑해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화답의 용도로 사용할때도 있지만 어떤때라도 사랑하고 있는 건 맞으니까 그다지 신경쓰이진 않는다.

삶에서 사랑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길거라고는 생각하지않았다. 미사여구와 은유로 점철된 과거의 연애가 준 영향도 있을거고 나 자신이 그다지 사랑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씨앗에 물을 주듯 K는 참을성있게 사랑을 쏟았고, 잎을 틔우자 그 다음부터는 무서운 속도로 마음이 자라났다. 나에게 이런 포텐셜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랑을 고백할때마다 새삼스럽게 감동하는 K를 보면서 언젠가 그가 사랑해 라는 말을 아무렇지않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좋을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K는 내가 감히 바라본 적도 없는, 감정적으로 완벽하게 나를 채워주는 남자라서 나는 자주 이별을 상상한다. 내가 계속 쥐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기에는 너무 과분하니까. 언젠가 그가 떠나게 된다고 해도 받아들일수 있도록 조금씩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런 못된 생각이 자꾸 K를 불안하게 한다. 이건 어떻게 해결할수 있을까. 내가 정말 좋은 여자가 된다면 이만큼 불안하지는 않으려나. 나쁜 상상을 하기보다 내 자신이 좀더 성장하는게 좋겠지.
답은 확실히 아는데도 좀처럼 그런 생각은 사라지질 않는다.

K와 사귀는 상황에서 다른 남자들의 대시를 받는 꿈을 종종 꾼다. 물론 항상 정색하며 거절하고 도망가지만 비슷한 꿈이 반복되는걸 보면 K가 날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모양이다.

그래도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계속 쌓아 지반이 더 튼튼해지면 이런 불안도 차츰 사라지리라 믿는다.
나의 별거아닌 말 한마디에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하는 K를 늘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려면 의식적으로 떨쳐낼 필요가 있다.

K와 함께하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곤 한다. 누나는 100살이 되어도 예쁠거라는 K의 곁에서 천천히 행복하게 나이들수 있다면 바랄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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