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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연하인 남자친구. 주의할 점!

K는 나보다 한참, 한~참 연하이다. 주변에서 이런 나이 차이는 들어본 적도 없을 만큼. 
화제가 되는 연예인 연상연하 커플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만큼 큰 차이는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 두 사람 다 고민이 많았다. 특히 나는 내가 그에게 연애대상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슷한 또래였다면 흘려보내지 않았을 많은 시그널들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는 내가 자신을 진지하게 대해 줄 지부터가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서로가 나이를 그냥 잊고 있다. 나에게 K는 K이고, 그가 몇살이든 나에게는 이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나 문득 서로의 지인얘기나 주변 이야기를 할때 새삼 나이차이를 깨닫곤 하는데 그럴때 내가 자꾸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K를 또래 친구들과 묶어서 이야기하는건데, 요즘 애들은 그렇구나~ 하고 혼자 신기해 하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럴 때 K는 별말 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그런건 아니라고 돌려서 말해준다. 그러면 나는 아차 싶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 나이가 많이 신경 쓰였다. 그가 문득 나를 너무 나이가 많다고 느끼면 어쩌지, 어리고 예쁜 여자들도 주변에 많을텐데. 
하지만 K는 내게 확신을 줬다. 내가 어려보이든, 내 나이로 보이든, 더 많아 보이든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이제 확실히 알고 주변에는 흔한 여사친도 한명 없다. 그래서 이제 나는 어려보이게 꾸미려고 하지않고 내 나이 때 하는 고민들도 솔직히 털어놓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K가 자신의 나이때문에 신경쓰는걸 알면서도 무신경하게 너는 어려서- 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하곤 한다.
내딴에는 나쁜 의도가 아니라고 해도 자꾸 나이를 상기시키는 건 그에게도 상처이고 나에게도 좋을 게 없는 일이다.
때로 너는 참 어른스럽다고 말할때마다 다행이라고 하는 K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대화 끝에 너는 너라서 좋다고, 네가 어려서 좋은점도 충분히 있지만 너는 나보다 연하이든 동갑이든 연상이든 상관없이 내게 너는 너일뿐이라고 얘기 해주었고 K도 내게 그렇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무심하게 툭 튀어나온 말들은 주워담을 수 없다.
말을 조심해야 해. K는 내게 한 사람의 남자이면서 대체 불가능한 연인인데 그를 자꾸만 나이로 묶어서 생각하면 안된다.
이제는 정말 주의해야겠다. 평소에 생각할때도 그런식으로는 생각하지 말아야지. 그래야 무심결에 입밖으로 그런말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
가끔 나랑 결혼하겠다고 말하는 K에게 확답을 주지 못하는게 미안하다.
하지만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고 내가 어른인척 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사랑하는데도 결혼만은 쉽게 이야기 할수가 없다. 
지금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너에게 내가 족쇄가 될까봐 무섭고, 먼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내 못된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병이 도질 것만 같아서.

웃기는 일이다. 내가 어릴때는 나이가 많았던 연인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죽도록 싫었는데. 이제와서 이런식으로 이해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나는 K에게 이런 말은 하지않는다. 그가 미래의 아내 이야기를 할 때 참 좋겠다 하고 웃어줄 뿐이다.

안될 거 같더라도 그냥 맞장구 쳐 줄수도 있는 일인데, 왜 그게 안되는지 모를 일이다. 내 자리가, 환경이 얼른 안정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널 데려갈게! 하고 멋지게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화하는 연애

나는 원체 속마음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어떤 낯선곳에서도 다양한 주제로 능숙하게 대화를 이끄는 재능이 있고, 수많은 사람 앞에서도 떨지않고 프레젠테이션 할수 있는 능력이 있고, 내 의견을 설득력있게 주장하여 관철시키는 데에도 능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는데에는 몹시 서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잘 이야기 하지 못하고 속으로 담아두는데, 연인사이일때 특히 심하다.
아마도 회피형을 첫 애인으로 뒀기 때문이리라.
사랑하는 사이에는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고 싸움을 유발할 수 있을만한 나쁜 감정들은 입밖에 내면 안된다고 여겨왔다.

K와 민감한 문제로 약간의 충돌이 있었을때, 나는 습관처럼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K는 그런 나를 재촉하지않고 오래간 바라보더니 자기에게 지금 생각하는것을 말해줄수 있겠느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신기하게도 곧바로 나는 혼자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와 K에게 내가 느끼는 바를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었다. K는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나는 그게 처음이었다. 연인간에, 트러블을 대화로 해결하는것이.
정말 별거아닌듯 쉽고 명료한 것이었다.
난 이 이슈에 대해 이러이러하게 생각하고 이런 감정을 느껴, 앞으로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도 이런부분은 이렇게 생각해. 그리고 저런 부분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

연인사이의 대화는 마치 암호와 같이 은유로 가득한, 해석이 필요한 해체주의 시 같은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K와는 다르다.

그래서 나는 K가 하는 말은 다 믿는다. 새벽에 다크서클이 발끝까지 내려와 있는걸 거울에서 확인했는데도, K가 예쁘다고 하면 그의 눈에는 예쁘게 보이는구나 하고 수긍한다.
20대초반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가득한 곳에서도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하면 너에겐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객관적으로는 말이 안되는걸 아는데, 의심할 이유가 없다.
그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정말 온전하게 사랑을 느낀다.

내 개인적인 문제도K는 깊게 고민하고 공감해주고 나름의 해결책을 조심스레 이야기해준다. 자신의 깊은 부분까지 드러내주면서 나를 설득해준다.
K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그가 변화시키고 있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콩깍지

남자친구 이야기를 기록하는 용도가 되었으니 별명을 하나 지어두는게 글쓰기에 편하겠는데, 특별히 떠오르는게 없으니 K라고 해야겠다.

K는 나를 처음 봤을때부터 마음에 들어했던 것 같다. 나는 좀 취향을 타는 얼굴인데 잘 꾸몄을때 예쁘다는 말을 듣긴하지만 미인은 아니다. 대신 가끔씩 네 얼굴 너무 좋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성 동성 가리지 않고..

얘기를 들어보면 K는 나같은 얼굴이 취향인 사람인것 같다. 그가 첫눈에 나랑 닮았다던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배우를 댔을때 친구들이 격하게 공감했기 때문에.. 내가봐도 비슷하긴 하다.

나는 가까이서 K를 볼 기회가 몇번 있었는데 피부가 무척 좋고 눈도 크고 코도 높고 귀엽게 생겼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콩깍지가 낀걸까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나 싶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어서 웃을때 특히 예쁜데 보통 우리는 만나면 항상 웃고있다. 너무 귀여워..
K는 눈이 엄청 크고 코도 높고 입술이 뚜렷하다. 그리고 볼이 통통한데 턱은 뾰족해서 예쁘다는 느낌이 든다. 속눈썹도 엄청 길고... 본인은 필요없다고 해서 그럼 날 줬으면 싶다.

나는 K를 만나면 너무 좋아서 만나는 순간부터 웃음을 못참고 계속 쳐다보게 된다. K는 아직도 가끔 부끄러움을 타는데, 내가 웃으면서 빤히 쳐다보면 얼굴을 숨기곤 하는데 그게 너무..너무 귀엽다.

정말 너무너무 예뻐서 마주앉으면 자꾸 쳐다보게 된다. K도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하는데 때때로 부끄러워하는게 얼마나 귀여운지.. 난 마치 능글대는 아저씨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K는 몸도 커서 좋다. 본인은 갑자기 살이쪘다고 싫어하는데 나는 지금도 너무 좋은것.. 볼살 조금 잇어서 예쁘고 충분히 날씬해보인다. 팔짱을 끼면(키차이때문에 그냥 내가 매달리는 모양이지만) 팔이 엄청 크고 단단하다. 한팔로는 팔짱끼는게 불가능한 정도..

손도 크고 발도크고 얼굴도 나보다 안작은것도 너무너무 플러스! 나보다 얼굴 작은 남자를 만났었는데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나도 작은편인데!

K는 키가 엄청 커서 아래에서 올려다볼때 자기 얼굴을 엄청 걱정하는데 정말로 잘생겼다. 눈높이를 맞춰서 보면 예쁘고 올려다보면 멋지다.

나도 콩깍지가 단단히 꼈지만 얘는 더 심하다..
같이 놀다가 머리는 헝크러지고 화장은 다 지워져도 자꾸 예쁘다고 해서 맘놓고 있다가 거울보고 식겁한게 한두번이 아니다.

최근에 스트레스 때문에 성인여드름이 도져서 피부과 다닐정도로 안좋았는데 지금은 엄청 좋아졌지만 흉이 남았다. 그런데도 자꾸만 피부가 좋다고 신기해한다. 네가 훨씬더 좋은거야...내가 너였으면 부모님한테 절하고 다녔어ㅠㅠ

나는 상대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많이 노력하고 스타일도 맞춰가는 편인데, K는 이러면 이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다 예쁘다고 해줘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다. 그리고 요새는 근자감이 생긴다. 얘는 내가 안꾸며도 예쁘다고 해줄것만 같다는.

콩깍지가 오래오래 벗겨지지않기를 바란다.




악몽, 다정한 사람

할일을 좀 미뤄둔채로 한시간쯤 잤더니 악몽을 꿨다. 운전하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꿈인데 꿈속의 꿈이라 더 놀라서 잠에서 깼다.

그에게 악몽을 꿨다고 톡을 하고 무슨일이냐고 답장이와서 쓰고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괜히 엄청 어리광 부리고 싶어서 미주알 고주알 얘기하고 나니까 정말 괜찮아졌다. 그는 키가크려나보다고 얘기해줬다.

주말이라 바쁜거 잘 아는데 별거 아닌일에도 시간내서 전화해주는 마음씀씀이가 예쁘고 고맙다. 사귀기 전에는 친절해도 선을 긋는 타입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끝없이 다정하다.

빨리 내일이 와서 만나고 싶다.
만나면 또 입이 찢어져라 웃어줘야지.


차이가 많이 나


나랑 남자친구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인데, 못지않게 키 차이도 많이 난다.
나는 우리나라 평균에 못미치는 작은 키인데 남친은 북유럽 평균도 훌쩍 웃도는 키라서 가끔 두사람이 비친 모습을 보면 좀 웃기기도 하고..

시선을 맞추려다 보니까 남친은 구부정하게 앉고, 나는 목이 아프곤 하다..
키가 큰 친구들이 많았지만 사귀는건 처음이라, 가까이 있으려고 할수록 이게 생각보다 장애물이 된다.

이제 나이차이는 거의 잊어버렸다. 가끔 나이 얘기같은게 나오면 아차하고 문득 깨닫게 된다.
키차이는.. 아마도 극복하긴 어렵겠지만, 기대 앉으면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소리가 들려서 그게 좋으니까 괜찮다.

그러고 보니 나는 체구도 작은편이지만 남친은 또 키에비해서도 엄청 몸이 큰 편이라 내 손을 두개 합쳐도 남친 손만하고 걔 팔은 내 다리만하다..
친구들은 가녀려 보이니까 좋지않냐고 하는데 좀 다른 종족 느낌이 날 정도라서 가끔 놀란다. 
그래도 좋아. 다 좋다. 왜 이렇게 좋을까? 늘 서로 묻는데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다.

오늘은 날씨가 맑다. 너랑 만날때도 날씨가 좋으면 좋겠지. 하지만 사실은 비가 와도 상관없다. 
매일 만나고 싶어서 요새같으면 너랑 살고싶어, 했더니 평생이라면 동의하겠다고 했다. 
현실을 아는 나이니까, 미래를 얘기할때 말을 돌리곤 했는데 이제는 그게 잘 안된다. 조금이라도 너에게 상처가 될까봐.
그리고 사실은 나도 그러고 싶어서.

매일 목소리를 들을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는 아침에는 다정하게 깨워주고 저녁에는 내가 잠들수 있게 해준다. 매일 예쁘다고 귀엽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힘든일이 있을때는 진지하게 들어주고 고민해주고, 또 말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행복을 너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지금 꼭 같은 기분이라고 말해줬다. 
이렇게 온전하게 사랑받는 감정을 너도 느끼고 있다면 나는 더 바랄것이 없다. 

어디다 막 자랑하고 싶은데 친구들에게는 이제 민망해서 여기에 글을 쓴다.
나는 이제 운명을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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