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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듣다가

-내 인생이 영화라면 K를 만난건 가장 멋진 부분이야.

-그럼 가장 멋진 부분도 슬픈부분도 계속 함께 하자.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서 잠드는 밤.



기억력

+
K는 때때로 놀랄만큼 기억력이 뛰어나다.
오늘은 가방에서 갑자기 간식거리를 꺼내더니 내가 저번에 얘기한 적이 있었다면서 주는 거다.
스치듯 얘기했던거라 그 말을 듣고난 다음에야 아! 하고 깨달았는데 밝게 웃는 얼굴이 어찌나 예쁘던지.

내가 좋다고 싫다고 마음에 든다고 했던 것은 작은것이라도 늘 기억해두는 K가 고맙다.
그의 상냥함과 다정함은 늘 노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있다.
항상 내 편의를 봐주고 나를 기준으로 뭐든지 계획하고 맞춰주는게 늘 고맙고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은 K가 제일 안좋아하는 말 중 하나라서 잘 하지는 않지만, 항상 당연하다는듯 내가 있는 곳으로 와 주고 집앞까지 데려다 주는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더구나 고작해야 2시간 남짓 얼굴을 볼수 있을 뿐인데 비슷한 시간을 들여 오가는게 미안해..
내가 한번 갔다와보니 그 힘듦을 알겠더라. K는 늘 씩씩하게 웃는 얼굴로만 와서 그렇게 힘든 길인줄 몰랐어.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줘? 장난으로 물었더니 K는 아이같은 얼굴로 예쁨받고 싶어서.. 라고 말했다.
어제도 전화로 바보같은 얘기를 하는 바람에 K를 울렸던 나는 가슴이 찡해져서 꼭 껴안아줄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하기보다는 사랑해주고 행복하다고 늘 말해줘야지.
K는 늘 원하는것이 하나 뿐인데 그것만큼은 충분하게 주고 싶다.


+
체력이 점점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K와 만난 초반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걸어다니는 종이인형 수준..
문제는 체력이 떨어지면서 사소하게 짜증내는 일이 늘었다는 건데, 도무지 나도 알수 없는 핀트에서 급하게 기분이 다운되곤 한다.
K는 내 기분을 귀신같이 잘 알아차려서 그럴때면 다정하게 무슨일이 있냐고 물어오지만 그럼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답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닫아버리게 된다. 해결책은 알고있다. 그건 K를 만나는 것. 
하지만 지금 닥친 일때문에 아무래도 자주 그를 만나는게 마음에 걸린다. 그런 딜레마속에서 괴로운 요즘.
그래도 현명한 K는 그럴 때 내 일을 응원해주고 기다렸다가 집에 가는 시간에 찾아와 함께 집에 가준다.
잠깐이라도 얼굴을 마주하면 반드시 행복해진다. 네가 없으면 난 뭘까.


+
늦은 저녁을 함께 하면서 어릴때 재미있게 본 동화책 이야기를 했다.
K는 다음주 데이트날 자기 집에오면 동화책을 한 권 구해서 읽어준다고 했다.
요즘 내가 힘들어보였는지 책을 읽어줄테니까 와서 낮잠을 잠깐 자라면서. 
어떻게 그렇게 예쁜 생각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
오랜만에 시외데이트를 하기로했다!
K는 플랜을 세가지를 준비해 두고 결정된 플랜에서도 철저하게 계획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내 의견을 물어주는데 정말 많이 찾아봤구나 싶어서 고마울 뿐이다.
내게도 조금만 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올해가 잘 마무리 되어서 내년에는 제발 나아져 있기를 바란다. 그럼 은혜갚은 까치가 되어야지.


+
그 전에는 생각해본적 없었는데, 좋은 애인이 있으면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
K는 끊임없이 나의 좋은점을 찾아내 칭찬하고 사소한 것에도 감탄한다.
그리고 그런 K가 얼마나 멋진 남자인지를 알게 될수록 그가 이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나도 정말 좋은 사람인가보다 싶어지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시간과 마음이 충분히 가치있도록 더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
K와 무슨 얘기를 하다 학부시절 얘기가 나왔는데 그때 K는 초등학생이었다는 걸 깨닫고 다시금 놀랐다.
K는 요즘 거의 나보다 연상인 느낌으로 어른스러워서 이럴때 새삼 놀라게 된다.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우리가 그때 내 남친은 아직 안태어났나? 아님 아직 초딩이니? 했는데 말이 씨가된거 아니냐고 했다.
그게 씨가 된거라면 잘 뿌린 씨앗인듯 하다.














가벼운 남자

K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신호가 끝날즈음 뛰어오는 남자를 보았다. 통통 튀듯 뛰어오는게 꼭 어린 여자아이들 같이 독특한 발걸음이어서 시선을 주었더니 K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고백받았는데 받아아줬나? 하는 것이다.

반문하듯 바라보니 누나가 내 고백을 받아줬을때 자기는 집까지 저렇게 날아갔다고, 그 날은 세상에서 제일 가벼운 남자였다고 했다.

너는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사랑해 라는 말

육성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이토록 많이 하는 연애는 처음이다. 너무 자주 하면 말이 가벼워질까봐, 진심을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봐 주저했었는데 K와는 다르다.
별다른 일이없으면 항상 하는 자기전 통화의 마지막은 반드시 사랑해 라는 말.
신기하게도 그 말의 의미는 전혀 퇴색되지도, 가벼워 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
그리고 듣고 꺼낼때마다 늘 새롭게 설레인다. 사랑해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늘 그렇듯 찰랑이는 사랑의 마음으로 하는 사랑해가 있고 목끝까지 마음이 벅차서 토해내는 사랑해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화답의 용도로 사용할때도 있지만 어떤때라도 사랑하고 있는 건 맞으니까 그다지 신경쓰이진 않는다.

삶에서 사랑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길거라고는 생각하지않았다. 미사여구와 은유로 점철된 과거의 연애가 준 영향도 있을거고 나 자신이 그다지 사랑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씨앗에 물을 주듯 K는 참을성있게 사랑을 쏟았고, 잎을 틔우자 그 다음부터는 무서운 속도로 마음이 자라났다. 나에게 이런 포텐셜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랑을 고백할때마다 새삼스럽게 감동하는 K를 보면서 언젠가 그가 사랑해 라는 말을 아무렇지않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좋을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K는 내가 감히 바라본 적도 없는, 감정적으로 완벽하게 나를 채워주는 남자라서 나는 자주 이별을 상상한다. 내가 계속 쥐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기에는 너무 과분하니까. 언젠가 그가 떠나게 된다고 해도 받아들일수 있도록 조금씩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런 못된 생각이 자꾸 K를 불안하게 한다. 이건 어떻게 해결할수 있을까. 내가 정말 좋은 여자가 된다면 이만큼 불안하지는 않으려나. 나쁜 상상을 하기보다 내 자신이 좀더 성장하는게 좋겠지.
답은 확실히 아는데도 좀처럼 그런 생각은 사라지질 않는다.

K와 사귀는 상황에서 다른 남자들의 대시를 받는 꿈을 종종 꾼다. 물론 항상 정색하며 거절하고 도망가지만 비슷한 꿈이 반복되는걸 보면 K가 날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모양이다.

그래도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계속 쌓아 지반이 더 튼튼해지면 이런 불안도 차츰 사라지리라 믿는다.
나의 별거아닌 말 한마디에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하는 K를 늘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려면 의식적으로 떨쳐낼 필요가 있다.

K와 함께하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곤 한다. 누나는 100살이 되어도 예쁠거라는 K의 곁에서 천천히 행복하게 나이들수 있다면 바랄것이 없다.


가을산책

아침부터 즐겁게 K와 데이트 하는 날.
요새 K는 하루하루 잘생겨지고 있다. 내 콩깍지가 점점 깊게 씌워지는 걸까? 뭐가됐든 다 좋다.

꼭 껴안고 조금 노닥거리다가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 나와 K가 둘다 좋아하는 버블티을 손에 들고 약간 축축하지만 바람이 시원한 초가을의 날씨을 만끽했다.
손을 꼭 잡고 걸으면서, K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걷자고 말했다.

체력이 약해진 나를 걱정하며 중간중간 괜찮냐고 물어주는 K와 꽤 긴 산책로를 완주!
멈춰서서 거미나 거북이, 오리도 보고 박식한 K의 이야기도 듣고 하면서 천천히 즐겁게 산책했다.

나는 계속 K를 올려다보면서 그의 긴 속눈썹과 오뚝한 코, 웃는 모양의 색이 예쁜 입술에 감탄했다.
내가 유독 좋아하는 건 K의 웃는 얼굴인데,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면 언제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또 귀엽다는듯 나를 보며 웃는 얼굴도 있는데 그건 아주 가슴이 설레이는 미소다.

함께하는 계절이 벌써 세 가지가 되어간다.
나를 보는 따뜻한 시선을 마주하면서 앞으로 있을 수많은 계절을 그의 미소와 함께 걷기를 마음 깊이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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